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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AI가 메타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nanze 2025. 3. 2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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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AI(FuriosaAI)는 최근 메타(Meta Platforms Inc.)로부터 8억 달러(약 1조 2천억 원)에 달하는 인수 제안을 거절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한국의 AI 칩 스타트업은 독자적인 길을 걷기로 결정하며 글로벌 테크 거대 기업과의 협력 대신 자체 기술 개발과 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메타는 AI 인프라 강화를 위해 퓨리오사AI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협상이 결렬된 배경에는 단순한 금전적 이유를 넘어선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다. 이 결정의 이유를 하나씩 풀어보며, 퓨리오사AI가 어떤 비전을 품고 있는지 살펴보자.

메타의 제안, 무엇을 노렸나?

메타가 퓨리오사AI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명확하다.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NVIDIA)의 독주를 견제하고, 자체 AI 하드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 때문이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의 AI 모델(Llama 시리즈 등)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고자 한다. 퓨리오사AI의 RNGD 칩은 저전력과 비용 효율성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엔비디아 H100 대비 와트당 성능이 3배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메타는 이를 통해 값비싼 엔비디아 칩 의존도를 줄이고,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낮추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메타는 CEO 마크 저커버그의 발표를 통해 AI 인프라에 2025년 최대 6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자체 칩(MTIA)을 개발 중이지만, 성능 면에서 아직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퓨리오사AI의 기술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며 메타의 AI 야심을 현실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터였다. 하지만 퓨리오사AI는 이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며 다른 길을 택했다.

 

사업 방향에 대한 이견, 협상의 걸림돌

퓨리오사AI가 메타의 손을 뿔리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양측의 사업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메타는 퓨리오사AI를 인수해 자사의 AI 모델과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칩 개발에 집중시키려 했다. 반면, 퓨리오사AI는 RNGD 칩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AI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인수 후 메타의 하위 조직으로 편입되면 퓨리오사AI의 기술이 메타의 필요에만 맞춰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창업 초기부터 추구해온 독자적인 혁신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퓨리오사AI는 단순히 칩 공급자가 아니라 AI 반도체 산업에서 엔비디아에 대항할 독립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싶어 한다. 메타와의 협상에서 칩 사업의 미래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퓨리오사AI는 독립성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이는 단순한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믿는 결정으로 보인다.

 

RNGD 칩에 대한 자신감과 독자 생존 전략

퓨리오사AI의 결정에는 자사 기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RNGD 칩은 AI 추론(inference)에 특화된 설계로, 150와트의 낮은 전력 소모와 경쟁력 있는 가격을 자랑한다. 이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가 최대 1,200와트를 소모하며 단위당 4만 달러에 달하는 점과 비교하면 큰 차별점이다. 퓨리오사AI는 이 칩이 대규모 생성 AI 모델을 효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미 미국, 일본, 인도 등지에서 잠재 고객들과 협력을 논의 중이다.

특히 RNGD는 TSMC의 5나노 공정으로 제조되며, SK하이닉스의 HBM3 메모리를 탑재해 높은 성능을 구현한다. 퓨리오사AI는 이 칩을 통해 데이터센터와 기업 고객을 타겟으로 한 대량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메타의 인수를 받아들이면 이런 독자적인 시장 확대 계획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다. 퓨리오사AI는 “레니게이드(RNGD)로 성공할 자신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독립적인 성장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국내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글로벌 경쟁

퓨리오사AI가 메타의 제안을 거절한 배경에는 한국 내 투자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퓨리오사AI의 경영진은 “국내에서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지금까지 약 1,700억 원(1억 1,500만 달러)을 투자받았지만, AI 칩 개발과 양산에는 훨씬 더 큰 자본이 필요하다. 메타의 8억 달러 제안은 이런 자금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였지만, 퓨리오사AI는 단기적인 안정 대신 장기적인 독립성을 선택했다.

대신 퓨리오사AI는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와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 DSC 인베스트먼트 같은 초기 투자자 외에도 최근 CRIT 벤처스에서 20억 원을 추가로 유치하며 발판을 마련했다. 메타와의 협상이 결렬된 뒤에도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퓨리오사AI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는 퓨리오사AI가 독립적인 플레이어로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퓨리오사AI의 비전과 한국 AI 산업에 미치는 파장

퓨리오사AI의 결정은 단순한 인수 거절을 넘어 한국 AI 산업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엔비디아가 80% 이상을 장악한 AI 칩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독자적인 기술로 도전장을 내민 사례는 드물다. 퓨리오사AI는 삼성과 AMD 출신 엔지니어들이 2017년에 설립한 회사로, 짧은 시간 안에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는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번 결정은 한국 스타트업이 거대 테크 기업의 품에 안기지 않고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위험도 따른다. 독립적인 길을 걷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퓨리오사AI는 엔비디아와 같은 거대 기업에 맞설 아시아의 대표 AI 칩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퓨리오사AI가 RNGD의 양산과 고객 확보에 성공할 경우 기업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뛸 것으로 보고 있다.

 

독립을 선택한 퓨리오사AI의 다음 행보

퓨리오사AI가 메타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결국 기술에 대한 믿음과 독립적인 비전에서 비롯됐다. 메타의 자금과 인프라는 매력적이었지만, 퓨리오사AI는 자신들의 기술로 시장을 개척하고 싶어 한다. RNGD 칩을 앞세운 대량 생산과 글로벌 시장 확대는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도전이 기다리고, 또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이 세계 무대에서 큰 꿈을 꾸는 모습은 흥미롭다. 퓨리오사AI의 선택이 과연 현명한 결단이었는지, 시간이 지나며 그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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