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회

미국의 계란 파동, 왜 이렇게 난리일까?

nanze 2025. 3. 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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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계란 가격이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평소라면 부담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던 계란이 이제는 한 팩에 1만 원이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뉴스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조류독감, 공급 부족, 가격 폭등 같은 단어가 자꾸 눈에 띈다. 이번 계란 파동이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얽힌 복잡한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오늘은 이 현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조류독감, 계란값 폭등의 주범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는 조류독감, 정확히 말하면 H5N1이라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있다. 이 바이러스는 2022년부터 미국 전역의 닭 농가를 휩쓸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기세가 더 거세지면서, 단 몇 달 사이에 1,700만 마리 이상의 산란계(알을 낳는 닭)가 죽거나 도태됐다. 미국 농무부(USDA) 자료를 보면, 2022년 이후로 총 1억 3,900만 마리에 가까운 가금류가 이 바이러스 때문에 사라졌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산란계가 큰 타격을 입었으니 계란 공급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새를 통해 퍼지기 때문에 농가에서 아무리 방역을 철저히 해도 막기가 쉽지 않다. 감염된 닭이 있는 농장은 규정상 모든 닭을 도태해야 하고, 그 뒤 새 닭을 들여와 알을 낳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과정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넘게 걸릴 수 있다. 그러니 당분간 계란 공급이 정상으로 돌아오긴 어려워 보인다.

방목 규제와 맞물린 악순환

조류독감만으로도 상황이 심각한데, 여기에 미국 일부 주의 정책까지 겹쳤다.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매사추세츠 같은 주는 동물 복지를 이유로 2025년부터 모든 계란을 방목(케이지 프리) 닭에게서 나온 걸로만 판매하도록 법을 바꿨다. 방목 닭은 사육장에 갇힌 닭보다 생산 비용이 높고,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한다. 게다가 야외에서 키우다 보니 철새와 접촉할 확률이 올라가 조류독감에 더 취약해진다.

실제로 2024년 조류독감 피해의 60%가 방목 닭에서 나왔다고 한다. 전체 산란계의 3분의 1만 방목인데도 피해 비율이 이렇게 높은 건, 정책 변화가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뜻이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그대로니, 방목 계란 가격은 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선 계란 한 팩이 10달러(약 1만 3천 원)를 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소비자도, 농가도 힘든 상황

이 파동은 소비자들 주머니를 털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으로 계란 한 판(12개) 평균 가격이 4.95달러까지 올랐다. 작년 이맘때 2달러 초반이었던 걸 생각하면 두 배 넘게 뛴 셈이다. 심지어 일부 지역이나 고급 마트에선 8~10달러까지 간다고 하니, 계란이 이제 사치품이 된 느낌마저 든다. 식당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24시간 아침 식사를 파는 체인점 와플하우스는 계란 하나당 50센트 추가 요금을 붙이기 시작했고, 슈퍼마켓들은 구매 제한을 두는 곳도 늘었다.

농가 사정도 썩 좋지 않다. 조류독감으로 닭을 잃은 농부들은 정부 보상을 받긴 하지만, 새 닭을 들이고 다시 생산을 정상화하려면 시간과 돈이 꽤 든다. 게다가 트럭 운송비가 오르고 운전자 부족 문제까지 겹쳐서 계란을 제때 시장에 내놓는 것도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계란 회사인 칼-메인 푸드(Cal-Maine Foods)는 오히려 2023년에만 10억 달러 넘는 이익을 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공급 부족을 틈타 가격을 올렸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이 파동이 단순히 자연재해 탓만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국 정부도 손 놓고 있진 않다. 농무부 장관 브룩 롤린스는 지난 2월에 10억 달러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농가에 보조금을 주고, 방역 시스템을 강화하며, 백신 연구에도 돈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계란 수입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 캐나다나 멕시코 같은 나라에서 들여오면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게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 조류독감이 잡히지 않는 한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고 본다.

USDA는 2025년 안에 계란 가격이 또 20%쯤 더 오를 거라고 예측했다. 그러니까 지금 5달러인 계란 한 판이 연말쯤엔 6달러를 넘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행히 여름이 지나고 휴일 수요가 줄면 가격이 조금 숨통 트일 가능성도 있다. 농가들이 닭을 새로 들여오고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면 내년쯤엔 좀 나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소비자도, 농가도 버티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상 속 작은 대처법

계란 없이 요리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베이킹할 때 계란 대신 사과소스나 바나나를 써보거나, 아침 식사로 두부 스크램블을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집에서 닭을 키우는 사람이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도시 아파트에선 좀 무리일 테니 현실적인 대안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슈퍼에서 계란을 발견하면 너무 비싸다고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두 팩은 챙겨두는 게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계란 파동은 단순히 물가가 오르는 문제를 넘어, 환경과 정책, 소비 패턴이 얽힌 복잡한 퍼즐 같다. 당분간은 계란 한 알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언젠가 이 사태가 잦아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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