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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건강이 암 치료의 열쇠? 장내 미생물의 놀라운 역할

TFTC 2025. 5. 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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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다’는 말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됐다. 특히 암 환자들에게 장 건강은 단순히 소화 기능을 넘어 면역력 강화와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연구들은 장내 미생물 균형이 암 발생, 치료, 그리고 예후에 깊이 연관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장내 미생물이 암 치료에 미치는 영향과 건강한 장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실천 방법을 자세히 알아본다.

장내 미생물, 신체 건강의 핵심

장은 단순한 소화 기관이 아니다. 체내 면역세포의 약 70%가 장에 분포하며, 이는 장이 면역 체계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에는 최대 1만 종에 달하는 미생물이 존재하며, 이들은 면역 시스템, 대사, 소화, 항염 작용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장내 미생물은 크게 유익균, 유해균, 중립균으로 나뉜다. 유익균은 면역력을 높이고 염증을 줄이며, 유해균은 독소를 생성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중립균은 상황에 따라 유익하거나 유해한 역할을 한다. 이 미생물들의 균형이 깨지면 장 벽을 통해 유해물질이나 병원균이 쉽게 침투해 면역 체계와 대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가천대길병원 소아청소년과 류일 교수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은 염증을 유발하고 세포 변이를 촉진하며, 호르몬 대사에 영향을 미쳐 암과 같은 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암 치료와 장내 미생물의 연관성

장내 미생물은 암 치료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암제, 방사선 치료, 면역 요법 등은 암세포뿐 아니라 장내 유익균도 손상시켜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로 인해 장염, 소화불량, 피로감, 면역력 저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2017년 과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면역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환자들은 장내 유익균이 더 풍부했다. 특정 프로바이오틱스나 프리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해 면역력을 높이고 치료 효과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류일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는 장내 미생물 균형을 되찾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대변 이식이나 마이크로바이옴 병용 치료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캐나다 캘거리대 연구에서는 특정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이노신’이라는 물질이 T세포 기능을 활성화해 면역항암제 효과를 높인다고 밝혔다. 영국 브리검앤우먼스병원 연구에서는 케톤식이요법이나 프로바이오틱스가 면역항암제 반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세대 연구에서도 장내 세균 TANB77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항암 치료 효과를 증대시켰다고 보고했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박진화 교수는 “건강한 장내 미생물이 장 환경을 조절해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프로바이오틱스, 만능은 아니다

장내 미생물 균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를 섭취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지만, 모든 암 환자에게 무조건 권장되지는 않는다. 개인의 건강 상태, 장내 미생물 불균형 정도, 치료 방법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는 “유산균의 효능과 효과는 환자마다 다르며, 모든 경우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항암 치료 중이거나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는 유산균이 점막 장벽을 통해 혈관으로 유입돼 패혈증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항암 화학 요법으로 인한 설사나 면역항암제 효과가 낮은 경우, 주치의와 상의한 뒤 조심스럽게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전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장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

장내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건강한 생활습관이다. 박진화 교수는 “장내 미생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산균 제제가 아니라 매일 먹는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과일, 채소, 콩, 통곡물, 발효식품 등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은 장내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한다. 식이섬유는 장내 산도를 낮춰 유해균의 증식을 막는다.

다만, 섬유질을 과다 섭취하면 복부 팽만감, 가스, 무른 변 등이 생길 수 있으니 소량부터 시작해 점차 늘려가는 것이 좋다. 식물성과 동물성 단백질을 골고루 섭취해 적정 체중과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도 장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에 따르면, 수면 일정이 90분만 어긋나도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고 식단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 관리 역시 필수적이다. 신현영 교수는 “뇌와 장은 미주신경으로 연결돼 있어 스트레스가 장내 미생물에 악영향을 미치고, 세로토닌 합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연구에서도 만성 스트레스가 유익균을 감소시켜 암세포에 대한 면역 반응을 약화시킨다고 보고했다. 명상, 요가, 규칙적인 운동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건강한 장, 건강한 삶을 위해

장내 미생물은 단순히 소화를 돕는 것을 넘어 면역력과 암 치료 효과에 깊이 관여한다.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수면, 스트레스 관리, 적절한 운동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고 암 치료를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나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익할 수 있지만,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개인의 상태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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