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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효모와 비오틴, 탈모 예방과 관련 없다.

nanze 2025. 4. 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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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효모와 비오틴은 탈모 예방에 좋다는 이야기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 광고에서 이 두 성분이 모발 건강의 비결처럼 소개되며, 머리카락이 얇아지거나 빠지는 고민을 가진 이들에게 희망을 주곤 했다. 하지만 최근 조사와 연구 결과는 이런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맥주효모와 비오틴이 탈모 예방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걸까? 

맥주효모와 비오틴, 어떤 성분일까?

맥주효모는 맥주를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효모, 정확히는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를 건조해 만든 것이다. 단백질, 비타민 B군, 미네랄 같은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모발 건강과 관련해선 비오틴(비타민 B7)이 핵심 성분으로 꼽힌다. 비오틴은 머리카락과 손톱을 구성하는 케라틴 생성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탈모 예방에 효과적일 거라는 기대를 낳았다.

실제로 맥주효모는 독일 맥주 공장 노동자들의 풍성한 머리카락에서 유래한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비오틴 역시 결핍되면 탈모나 손톱 약화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연구가 뒷받침되며 주목받았다. 이런 배경 덕분에 두 성분은 탈모 영양제 시장에서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과연 일반적인 탈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에 있다.

 

탈모 예방 효과,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

맥주효모와 비오틴이 탈모에 좋다는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산업응용학회 논문에서는 맥주효모가 모낭 줄기세포의 성장인자를 증가시켜 발모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비오틴 결핍이 있는 사람에게 비오틴을 보충하면 탈모가 개선된다는 문헌도 적지 않다. 이런 연구들은 언뜻 보면 두 성분이 탈모 예방에 효과적일 거라는 희망을 준다.

하지만 여기엔 큰 전제가 붙는다. 비오틴 결핍이 있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건강한 성인이 일반적인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비오틴은 하루 권장량 30μg을 훌쩍 넘는 35~70μg 수준이다. 즉, 현대인의 식습관으로는 비오틴이 부족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비오틴 결핍이 없는 사람에게 추가로 비오틴을 먹어도 탈모 개선 효과가 없다는 연구가 더 설득력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맥주효모 역시 단백질과 영양소가 풍부하지만, 모발 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입증한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모발 건강 표방 식품 30종을 분석한 결과, 맥주효모와 비오틴을 함유했더라도 탈모 예방이나 모발 관리 효과와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오히려 일부 제품은 비오틴 함량을 과장하거나 아예 포함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과학적 근거 없이 탈모 예방을 내세운 광고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 셈이다.

 

비오틴 결핍, 드문 경우에만 해당

비오틴 결핍은 특정 상황에서만 나타난다. 유전적으로 비오틴 대사 효소가 부족하거나, 날달걀을 과도하게 먹는 습관이 있는 사람,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해 장내 세균총이 망가진 경우 등이 해당된다. 임산부나 알코올중독자도 위험군에 속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엔 탈모 외에도 손톱이 얇아지거나 머릿결이 푸석해지는 증상이 동반되곤 한다.

이때 비오틴 보충은 분명 효과를 볼 수 있다. 최소 3개월 이상 꾸준히 섭취하면 모발 상태가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비오틴이나 맥주효모를 먹는다고 해서 머리카락이 더 자라거나 빠지는 게 줄어들 거라는 기대는 접는 게 낫다. 탈모의 원인은 유전, 호르몬, 스트레스 등 복합적이라 영양소 하나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맥주효모의 숨은 위험, 부작용도 있다

맥주효모가 탈모에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섭취 시 주의할 점이 있다. 퓨린이라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통풍 환자에게는 요산 수치를 높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효모 알레르기가 있거나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다면 소화불량, 복부 팽만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당뇨병 약이나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인 경우에도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비오틴은 과다 섭취해도 독성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고함량 제품을 먹으면 여드름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다는 후기가 종종 보인다. 결국 몸에 맞지 않는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뜻이다. 맥주효모와 비오틴을 선택할 땐 자신의 건강 상태를 먼저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탈모 고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맥주효모와 비오틴이 탈모 예방과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탈모 고민을 해결하려면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탈모 증상이 보이면 피부과나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걸 추천한다. 유전성 탈모라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가 기본이고, 영양 결핍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생활 습관 개선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고를 때도 식약처에서 인정받은 원료, 예를 들어 기장밀추출복합물이나 피쉬콜라겐펩타이드 같은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눈여겨보는 게 좋다. 맥주효모나 비오틴이 들어간 제품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탈모 예방이라는 과대 광고에 비해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건강한 모발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

맥주효모와 비오틴은 영양 보충으로는 훌륭한 선택일 수 있다. 단백질과 비타민 B군이 풍부한 맥주효모는 전반적인 건강에 기여할 수 있고, 비오틴도 결핍이 의심될 때 보조제로 유용하다. 하지만 탈모 예방이라는 목표를 위해선 과도한 기대를 버리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모발 건강은 단일 성분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균형 잡힌 식단, 스트레스 관리, 적절한 치료가 어우러져야 빛을 발한다. 맥주효모와 비오틴에 대한 오해를 풀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게 더 현명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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