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회

두바이 초콜릿 열풍과 글로벌 피스타치오 품귀 현상

TFTC 2025. 4. 2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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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강타한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단순한 디저트 유행을 넘어 글로벌 농산물 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피스타치오 크림과 중동식 카다이프가 어우러진 이 독특한 초콜릿은 틱톡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피스타치오 수요를 급증시켰다. 하지만 주요 생산지인 미국의 공급 감소와 품질 저하로 피스타치오 가격은 1년 새 35% 가까이 치솟았다. 국내에서도 편의점과 유통업체들이 이 열풍에 동참하며 매출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원재료 부족은 새로운 도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의 매력과 그로 인한 시장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틱톡이 만든 글로벌 디저트 신드롬

두바이 초콜릿의 시작은 아랍에미리트(UAE) 소재 초콜릿 브랜드 ‘픽스(FIX)’에서 비롯됐다. 픽스가 2021년 출시한 ‘Can’t Get Knafeh of It’은 피스타치오 크림, 카다이프(중동식 얇은 면), 그리고 밀크 초콜릿이 조화를 이룬 디저트 바다. 이 제품은 중동의 전통 디저트 ‘크나페’에서 영감을 받아 독특한 식감과 풍미를 자랑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인기는 2023년 12월, 틱톡에서 한 영상이 1억20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시작됐다. 이 영상은 초콜릿의 바삭한 식감과 녹진한 피스타치오 크림을 생생히 보여주며 전 세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두바이 현지에서는 이 초콜릿을 구하기 위해 하루 2시간만 판매되는 한정 수량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픽스는 UAE 외 지역으로의 판매를 하지 않지만, 글로벌 수요는 여전히 뜨겁다. 이 열풍에 힘입어 스위스 브랜드 린트(Lindt)나 영국 프레스타(Prestat) 같은 대형 제과업체들도 피스타치오 기반 초콜릿을 출시했지만, 원재료 부족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스타치오 가격, 1년 새 35% 급등

두바이 초콜릿의 인기가 피스타치오 시장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껍질을 깐 피스타치오 커널의 가격은 1년 전 파운드당 7.65달러에서 현재 10.3달러로 34.6%나 올랐다. 이는 두바이 초콜릿을 비롯한 피스타치오 기반 디저트의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DA)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피스타치오 수요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11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급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세계 피스타치오 생산량의 43%를 차지하는 미국은 지난해 캘리포니아 지역의 가뭄과 이상기후로 흉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2월 기준) 미국의 피스타치오 생산량은 50만3230톤으로, 전년(67만5853톤)보다 25%나 줄었다. 게다가 품질은 높았지만, 초콜릿 제조에 필요한 껍질 없는 커널 대신 껍질째 너트로 판매된 물량이 많아 제과업체들의 원재료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

이란, 세계 2위 피스타치오 생산국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이란의 연간 생산량은 20만 톤으로 전년 대비 17% 늘었지만, 지난여름 폭염과 전력 부족으로 품질이 떨어졌다. 이란은 UAE로의 피스타치오 수출을 6개월간 40% 늘렸지만, 글로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내에서도 뜨거운 두바이 초콜릿 열풍

한국도 두바이 초콜릿 열풍에서 예외는 아니다. 특히 편의점 업계가 빠르게 이 트렌드에 올라탔다. CU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을 출시하며 단일 상품으로는 최단 기간에 200억 원어치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4000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6개월 만에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두바이 초콜릿은 ‘필수 구매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CU의 택스 리펀드 매출 데이터를 보면, 올해 1~3월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 2위가 두바이 초콜릿이었다. 이는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K-푸드와 함께 글로벌 트렌드를 경험하려는 수요를 반영한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도 피스타치오를 활용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마트는 자체브랜드 피코크의 피스타치오 초코볼을 지난해 10월부터 판매 중인데, 지난 3월 매출이 11월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GS더프레시 역시 지난해 8~10월 피스타치오 판매량이 평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피스타치오 기반 간식류의 인기가 뚜렷하다.

 

비싼 가격에도 품절 대란, 왜?

두바이 초콜릿의 인기는 가격 장벽도 뛰어넘는다. 예를 들어, 린트가 영국에서 판매하는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은 145g에 1만8000원으로, 일반 초콜릿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이다. 그럼에도 일부 매장에서는 구매 수량을 제한할 정도로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의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은 출시 후 빠르게 동났다.

이런 현상은 두바이 초콜릿의 독특한 매력과 희소성에서 비롯된다. 바삭한 카다이프와 고소한 피스타치오 크림, 달콤한 밀크 초콜릿의 조합은 기존 초콜릿과 차별화된 식감을 제공한다. 여기에 틱톡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의 바이럴 효과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구매 열기를 더했다. 픽스의 오리지널 초콜릿이 UAE에서만 한정 판매되면서, 글로벌 소비자들은 대체품이나 모방 제품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피스타치오 품귀, 앞으로의 전망은?

피스타치오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과 이란의 다음 수확 시즌까지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과 수입 원가 상승까지 겹치며 국내 유통업체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부 제과업체는 피스타치오 크림 대신 대체 재료를 사용하거나, 카다이프 대신 다른 식감 요소를 도입하며 비용 절감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피스타치오 사랑은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 두바이 초콜릿을 계기로 피스타치오 기반 디저트와 간식류의 수요가 늘어나며, 관련 제품의 다양성도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피스타치오 크림을 활용한 케이크, 아이스크림, 도넛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중동 디저트 문화와 글로벌 트렌드가 결합된 새로운 식문화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똑똑한 소비를 위한 팁

두바이 초콜릿 열풍에 동참하고 싶다면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정품과 모방 제품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픽스의 오리지널 초콜릿은 UAE에서만 판매되므로, 해외 직구나 국내 모방 제품을 구매할 때는 성분과 품질을 꼼꼼히 확인하자. 또한, 높은 가격과 품절 가능성을 감안해 구매 시기를 잘 조율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피스타치오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성분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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