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스리톨과 뇌졸중 위험: 무설탕 음료의 숨은 함정
무설탕 음료나 저탄수화물 식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리스리톨. 칼로리가 거의 없고 단맛을 내면서도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아 건강한 대체 감미료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에리스리톨이 뇌혈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의 연구진이 세포 실험을 통해 밝혀낸 이 사실은 무설탕 제품을 즐기는 이들에게 중요한 경고를 전한다. 에리스리톨의 작용 원리와 연구 결과, 그리고 건강한 식품 선택을 위한 실용적인 정보를 다룬다.
에리스리톨이란 무엇인가?
에리스리톨은 설탕 대체제로 널리 사용되는 당알코올(sugar alcohol)이다. 설탕의 약 80% 수준의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는 거의 없어 다이어트 식품이나 저탄수화물 제품에 자주 포함된다. 특히 혈당이나 인슐린 수치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아 당뇨 관리나 저탄수화물 식단을 따르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선택지다. 무설탕 음료, 단백질 바, 심지어 치약이나 껌에도 들어가는 에리스리톨은 건강에 무해한 감미료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이 인식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가 밝힌 에리스리톨의 뇌혈관 영향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에리스리톨이 뇌혈관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세포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는 사람의 뇌 미세혈관 내피세포를 사용해 무설탕 음료 한 잔(약 30g)을 마신 후 혈액에서 나타나는 에리스리톨 농도를 모방했다. 세포 배양액에 에리스리톨을 넣고 3시간 동안 반응시킨 뒤, 혈관 건강과 관련된 여러 지표를 분석했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혈관 확장 감소와 수축 증가
연구 결과, 에리스리톨에 노출된 세포에서는 혈관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산화질소 생성이 줄어들었다. 반면, 혈관을 수축시키는 단백질인 엔도텔린-1은 더 많이 생성됐다. 이는 혈관이 좁아지고 혈류가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인다. 혈관이 수축되면 혈압이 상승하고, 이는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혈전 제거 능력 저하
혈전을 녹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t-PA(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화제)는 혈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분비가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에리스리톨에 노출된 세포에서는 t-PA 분비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혈전이 생겼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해 뇌졸중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활성산소와 세포 스트레스
에리스리톨은 세포 내 활성산소를 증가시켰다. 활성산소는 적정량에서는 정상적인 세포 활동의 일부지만, 과도하게 많아지면 세포 손상과 염증을 유발한다. 연구진은 에리스리톨에 노출된 세포에서 활성산소를 제거하려는 단백질(SOD-1, 카탈라아제)이 증가한 점을 발견했는데, 이는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아 방어 반응을 일으킨 결과로 해석된다. 크리스토퍼 드수자 교수는 “혈관 수축과 혈전 제거 능력 저하는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며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리스리톨과 심혈관질환: 더 넓은 맥락
이번 연구는 에리스리톨과 뇌졸중 위험의 연관성을 세포 수준에서 확인한 최초의 사례 중 하나다. 앞서 미국과 유럽의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혈중 에리스리톨 수치가 높은 사람은 3년 내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에리스리톨이 단순히 무해한 감미료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뇌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설탕 음료를 자주 마시는 이들에게 중요한 경고가 된다.
일상에서 에리스리톨, 얼마나 섭취하고 있나?
에리스리톨은 무설탕 음료, 단백질 바, 디저트, 심지어 일부 건강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무설탕 에너지 드링크 한 캔이나 저탄수화물 디저트 한 조각에는 에리스리톨 10~30g이 포함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이 단일 섭취(30g 기준)를 바탕으로 했지만, 하루 여러 번 에리스리톨이 포함된 제품을 소비한다면 그 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에리스리톨 섭취 빈도와 양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한 식품 선택을 위한 팁
에리스리톨의 잠재적 위험을 알았다면, 일상에서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다음은 건강을 지키며 감미료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팁이다.
성분표 꼼꼼히 확인하기
식품 포장지에서 ‘에리스리톨’이나 ‘당알코올(sugar alcohol)’이라는 표현을 찾아보자. 특히 무설탕이나 저탄수화물로 광고되는 제품은 에리스리톨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성분표를 확인해 섭취량을 조절하거나 대체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천연 감미료 고려하기
에리스리톨 대신 꿀, 메이플 시럽, 대추야자 같은 천연 감미료를 적당히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들은 칼로리가 있지만 소량으로도 충분한 단맛을 내며, 과도하지 않게 사용하면 건강에 부담이 적다.
균형 잡힌 식단 유지
단백질, 섬유질, 건강한 지방이 포함된 균형 잡힌 식단은 혈당 관리와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신선한 과일, 채소, 통곡물을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면 감미료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아직 더 알아야 할 것들
이번 연구는 에리스리톨의 단기적인 영향을 세포 수준에서 관찰한 결과로, 실제 사람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추가적인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에리스리톨이 뇌졸중 위험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따라서 에리스리톨 섭취를 완전히 피해야 한다는 결론보다는, 적정량을 유지하고 다른 건강 요인을 함께 관리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건강을 위한 작은 변화
에리스리톨은 무설탕 식품의 대중화로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성분이 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무해하다고 여겨졌던 이 감미료가 뇌혈관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보여준다. 무설탕 음료나 저탄수화물 간식을 선택할 때, 성분표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섭취 빈도를 조절하는 습관을 들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