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장증후군(IBS), 증상과 관리법으로 일상 되찾기
긴장되는 상황이나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았는데도 복통과 설사가 반복된다면, 과민성장증후군(IBS)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감정 기복, 심지어 날씨 변화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이 질환은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5월 29일은 세계소화기학회가 정한 ‘장 건강의 날’로, 장 건강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 과민성장증후군의 원인, 증상, 그리고 효과적인 관리 방법을 최신 연구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정리해 알아본다.
과민성장증후군, 얼마나 흔한 질환일까
과민성장증후군은 대장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하며 복통, 설사, 변비 등을 유발하는 기능성 위장 장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41만4648명에 달한다. 이는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습관이 증가하면서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질환임을 보여준다.
특히 과민성장증후군은 대중교통 이용, 시험, 발표, 회의 같은 긴장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복통과 설사로 이어져 당황스러운 순간을 만들곤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은 생명을 위협하지 않지만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며 정확한 진단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왜 생길까? 원인과 연관된 요인들
과민성장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히 단정할 수 없지만, 스트레스, 식습관, 장내 면역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장내 면역세포인 비만세포가 음식 성분을 외부 침입자로 잘못 인식해 활성화되면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비만세포는 히스타민 같은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이는 장 신경을 자극해 복통, 설사, 복부 팽만감을 일으킨다.
스트레스와 불안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23년 미국 미주리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38%가 불안장애, 27%가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이들의 불안장애와 우울증 발생 위험은 일반인보다 두 배가량 높다. 과민성장증후군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악화시키고, 스트레스가 다시 증상을 심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맵거나 짠 음식, 카페인, 알코올 같은 자극적인 식품도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과민성장증후군과 염증성장질환, 어떻게 다를까
과민성장증후군은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장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이들은 전혀 다른 질환이다. “염증성장질환은 복통과 설사가 시간 구분 없이 나타나고 영양흡수장애를 동반하지만, 과민성장증후군은 체중 감소나 영양흡수장애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복통과 설사가 반복된다면 내시경, 혈액 검사, 대변 검사 등 전문적인 진단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자가진단으로 섣불리 결론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 과민성장증후군은 대장의 운동성과 민감도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면서 발생하지만, 염증성장질환은 장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구조적 문제다.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하며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수다.
증상 관리, 생활 습관부터 바꾸기
과민성장증후군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이지만, 적절한 관리로 증상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신승용 중앙대 광명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은 성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스트레스와 식습관이 주요 원인”이라며 약물치료, 심리치료, 식이요법을 병행할 것을 권장했다.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식단 관리다. 스웨덴 예테보리대 연구에 따르면, 저포드맵(FODMAP) 식단이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76%에서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저포드맵 식단은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 단당류(과당), 이당류(유당), 폴리올(자일리톨 같은 당알코올) 섭취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과일 음료(과당), 우유·치즈·요거트(유당), 무설탕 껌(폴리올) 등을 피하면 장내 수분과 가스 생성이 줄어들어 설사와 팽만감이 완화된다.
저탄고지 식단은 고지방 섭취가 담즙 분비와 장운동을 자극해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대신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통곡물, 저자극 단백질(닭가슴살, 두부)을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과식, 카페인, 알코올, 매운 음식도 피해야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스트레스 관리와 심리적 안정
과민성장증후군은 스트레스와 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명상, 요가, 깊은 호흡 같은 이완 기법은 심리적 긴장을 완화해 증상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심한 경우, 불안장애나 우울증이 동반된다면 전문적인 심리치료나 상담을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증상 관리에 조급해하지 말고, 생활 습관과 심리적 안정부터 차근차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하루 10분 명상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루틴으로 추가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규칙적인 수면과 충분한 휴식은 장 건강과 정신 건강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기본적인 습관이다.
약물치료와 전문의 상담
증상이 심할 경우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에는 지사제, 변비형에는 완하제가 처방될 수 있으며, 복통 완화를 위해 항경련제나 항우울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약물은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추므로, 장기적인 관리에는 식이요법과 생활 습관 개선이 필수다.
정기적인 병원 방문과 추적 관찰도 중요하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악화된다면, 내시경 검사를 통해 염증성장질환 같은 다른 질환을 배제해야 한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개인의 증상에 맞는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장 건강 관리
과민성장증후군은 만성질환이지만, 올바른 관리로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이다. 저포드맵 식단,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생활 습관은 증상을 줄이고 일상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아침 식사로 유당이 없는 오트밀과 저자극 과일을 선택하거나, 긴장되는 상황 전에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