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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암 치료의 새 지평, CAR-T 세포 치료제의 가능성

TFTC 2025. 6. 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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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암은 오랫동안 암 치료의 난제로 여겨져 왔다. 혈액암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키메릭항원수용체-T(CAR-T) 세포 치료제가 고형암에서도 가능성을 드러내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중국과 미국 연구진의 임상시험 결과는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다. 위암과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들은 CAR-T 치료제가 기존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 CAR-T 치료제의 최신 성과와 고형암 치료에서의 잠재력을 살펴본다.

CAR-T 치료제, 고형암의 벽을 넘다

CAR-T 세포 치료는 환자의 T 세포를 유전적으로 변형해 암세포를 정밀하게 공격하도록 만드는 혁신적인 면역치료법이다. 혈액암, 특히 백혈병과 림프종 치료에서 이미 놀라운 성공을 거뒀지만, 고형암에서는 종양 미세환경의 복잡성과 항원 다양성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임상시험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며, 고형암에서도 CAR-T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된 연구들은 위암과 교모세포종 같은 까다로운 고형암에서 CAR-T 치료제가 생존 기간 연장과 종양 억제 효과를 보였음을 입증했다. 이는 고형암 치료의 ‘넘기 어려운 벽’을 허물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성과다.

 

중국 연구진, 위암 환자의 생존 기간 연장

중국 베이징대암병원 연구팀은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 CAR-T 치료제 ‘사트리카브타진 오토로이셀’의 효과를 입증했다. 이 치료제는 위암 세포 표면에서만 발현되는 단백질 CLDN18.2를 표적으로 삼아 설계됐다. 이는 정상 세포와 구분되는 고유한 항원을 정확히 겨냥함으로써 치료의 정밀도를 높인 전략이다.

임상 결과는 놀라웠다. 사트리카브타진을 투여받은 환자들은 질병 진행이 없는 ‘무진행 생존 기간’이 평균 3.25개월로, 기존 치료제(1.77개월)보다 약 83% 길었다. 전체 생존 기간도 7.9개월로 기존 치료군(5.5개월)에 비해 약 40% 연장됐다. 무진행 기간도 대조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며, CAR-T 치료가 위암 환자의 삶을 연장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미국 연구진, 교모세포종에서 종양 억제 성공

고형암 중에서도 치료가 특히 어려운 재발성 교모세포종에서도 CAR-T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두 가지 종양 항원,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와 IL13Rα2를 동시에 겨냥한 이중표적 CAR-T 세포를 사용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 접근법은 종양이 단일 항원을 회피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치료 효과의 지속성을 높였다.

임상시험은 기존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종양이 빠르게 자라는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수술 후에도 1cm 이상의 종양이 남아 있던 13명 중 8명(62%)에서 종양 크기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결과가 확인됐다. 2명은 6개월 이상 질병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으며, 3명은 12개월 이상 생존했다. 특히, CAR-T 세포를 혈류가 아닌 뇌척수액에 직접 주입해 종양에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도달하도록 한 점이 주효했다. 이 방식은 종양까지의 이동 시간을 단축하고 뇌 내에서 작용하는 시간을 늘려 치료 효과를 극대화했다.

 

고형암 치료의 난제, 어떻게 극복했나?

고형암은 혈액암과 달리 여러 가지 이유로 CAR-T 치료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첫째, 고형암은 다양한 항원이 섞여 있고, 정상 세포와 공유되는 항원이 많아 CAR-T 세포가 암세포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둘째, 종양 미세환경(TME)은 면역 억제적 요소로 가득해 T 세포의 활성을 방해한다. 마지막으로, 고형암은 조직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CAR-T 세포가 물리적으로 도달하기 어렵다.

중국 연구진은 위암 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CLDN18.2를 표적으로 삼아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이 단백질은 정상 세포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아 ‘온-타겟, 오프-종양’ 독성을 줄이는 데 이상적이었다. T 세포를 CLDN18.2만을 인식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CAR-T 세포가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 공격할 수 있었다.

미국 연구진은 이중표적 전략과 함께 뇌척수액 주입이라는 혁신적인 투여 방식을 도입했다. 단일 항원을 겨냥할 경우 종양이 항원을 변화시켜 회피할 가능성이 높지만, EGFR와 IL13Rα2를 동시에 표적 삼아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했다. 또한, 혈액을 통한 전신 투여 대신 뇌척수액에 직접 주입해 혈액뇌장벽(BBB)을 우회하며 종양에 더 효과적으로 도달하도록 했다. 이는 CAR-T 세포의 종양 침투력을 높이고, 면역 억제적 환경에서도 더 오래 활성을 유지하게 했다.

 

CAR-T 치료제, 왜 주목받나?

CAR-T 세포 치료는 환자의 T 세포를 ‘맞춤형 무기’로 바꾸는 기술이다. 환자에게서 T 세포를 채취한 뒤, 이를 체외에서 유전적으로 변형해 특정 암 항원을 인식하도록 만든다. 이후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면, 이 세포들은 암세포를 찾아내 정밀하게 공격한다. 혈액암에서는 이미 여러 CAR-T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아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티사젠레클레우셀(Kymriah)은 재발성 급성림프모구백혈병(ALL) 환자에서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보여줬다.

고형암에서의 성공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번 연구들은 CAR-T가 단순히 혈액암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치료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위암과 교모세포종 같은 난치성 암에서 생존 기간 연장과 종양 억제 효과를 입증한 점은 고무적이다.

 

국내 연구, 고형암 CAR-T의 미래를 열다

국내에서도 고형암을 겨냥한 CAR-T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큐로셀은 위암과 폐암을 타깃으로, GC셀은 췌장암, 마루테라퓨틱스는 교모세포종을 대상으로 한 CAR-T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들 기업은 전임상 단계를 넘어 임상시험을 준비하며,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큐로셀은 CLDN18.2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를 통해 위암 치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국내 암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준다. 고형암은 전체 암의 약 93%를 차지하며, 기존 치료법으로는 완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CAR-T 치료제가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난치성 암 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고형암 CAR-T, 앞으로의 과제

비록 이번 연구들이 고형암에서의 CAR-T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첫째, 종양 항원의 다양성과 이질성은 여전히 큰 도전이다. 고형암은 혈액암보다 항원의 변이가 심해, 단일 표적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중표적 CAR-T나 조합 요법이 필요하다.

둘째, 종양 미세환경의 면역 억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면역관문억제제(PD-1/PD-L1)와의 병용 요법이나 사이토카인 분비를 유도하는 CAR-T 설계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는다. 예를 들어, 중국의 사트리카브타진은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으로 더 높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셋째, 치료 비용과 접근성도 중요한 과제다. CAR-T 치료는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높아,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오프-더-셸프’(off-the-shelf) 방식의 알로제닉 CAR-T 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건강한 공여자의 T 세포를 사용해 제조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현재 다수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고형암 치료의 새 장을 열다

CAR-T 세포 치료제는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최신 임상시험은 위암과 교모세포종에서 생존 기간 연장과 종양 억제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줬다. 특히, 정밀한 표적 설정, 이중표적 전략, 그리고 뇌척수액 주입 같은 혁신적인 접근법은 CAR-T의 한계를 넘어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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